하얀 원피스 위로 붉은 동백꽃이 떨어져있다. 꽃잎이 하나로 연결된 재래 동백은 꽃 한 덩어리가 통째로 그 형태를 갖춘 채 처연하게 떨어진다. 동백이 떨어지는 계절에 동백나무숲을 거닐다 보면 툭 툭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곤 한다. 아직 꽃잎을 활짝 채 펼치지도 못한 것들이 떨어지는 모습은 가슴 한편을 아릿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나는 종 종 이제 막 떨어진 꽃들을 모아 소중하게 바라보곤 했었다. 그것들이 너무나 가엽게만 느껴져서... 하얀 옷감에 하늘을 투영하니 마치 하늘위로 동백꽃이 부앙하듯 하다. 포개진 두 손 위로 올려 진 붉은 것은 소중한 마음일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