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세상이 온통 남루하고 부족한 것 천지였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노라고....
마치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이한테 감옥소 앞 홈통에서 미끄럼 타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식이니까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옛날 그리움이 결핍과 궁상이 아니라 어떡하든지 그걸 덮어 주려는
가족 간의 사랑과 아이들 스스로의 창조적인 상상력이라면 좀 말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시절이 생각할수록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박완서 『나 어릴 적에』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