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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문화 비평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 시대에 남도미술의 향방

글: 장민한 (조선대학교 교수, 미학)
부제
남도 미술의 향방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 시대에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고급미술과 저급미술의 구분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이다.

오늘날 미술을 바라보는 방식은 20세기와는 다르다. 미술 패러다임이 변했다. 20세기 미술이 예술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개발하여 자신만의 심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오늘날 미술은 효과적인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미술은 언어로는 충족될 수 없는 그 어떤 이야기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오늘날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하여 어떠한 매체라도 사용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상용품이나 타인의 이미지도 자유롭게 차용하여 작품의 재료로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날에는 무엇이든지 미술이 되는 시대이다.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 시대에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고급미술과 저급미술의 구분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전에는 미술만의 고유한 가치가 따로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대 작가들은 순수미술 혹은 고급미술을 제작하기 위해 자신만의 미적인 형식을 개발하여 작품에 그려놓는 일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 구분이 사라지면서 작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이러한 뜻에서 오늘날은 다원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추상이든 극사실화이든, 민중미술이든 페미니즘이든 어떠한 것도 미술의 주제가 될 수 있고, 어떤 장르가 다른 어떤 장르보다 더 우월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윤남웅 작가의 [또 다른 꽃]

진도에서 작업 중인 윤남웅 작가의 [또 다른 꽃]

오늘날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이 형성되면서 미술가에게 요구하는 덕목도 바뀌었다. 순수미술의 정체성을 찾으려했던 이전 시대의 작가들은 고독한 아웃사이더가 되어야 했다. 이때의 작가는 자신이 예술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현실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했다. 작품의 의미보다도 스타일에서 얻을 수 있는 미적인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였다. 새로운 시대의 작가에게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의 문제와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적인 관심사가 된다. 오늘날 작가는 미적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숙련된 기술보다는 자신의 주제에 부합하는 적절한 매체와 스타일을 찾는 일이 훨씬 중요하게 되었다.

서현호 작가의 [우리를 위한 춤]

곡성에서 작업 중인 서현호 작가의 [우리를 위한 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야 할까? 작가가 소통하려는 이야기는 본인뿐만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것을 찾기 위해서 작가는 이전 패러다임의 작가들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더 많은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충실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들은 삶의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인문학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그 이야기를 동시대 관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타일과 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 작가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이 해당 작품을 통해서 소통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그 작품에서 사용된 매체와 스타일이 어떤 이유로 사용되었는지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미술 패러다임 시대에는 즉각적인 미적 효과보다는 작품에 구현된 의미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희상 작가의 [사람꽃-희노애락]

화순에서 작업 중인 김희상 작가의 [사람꽃-희노애락]

오늘날에는 국외와 국내 미술, 서울과 지역 미술의 구분이 없다. 작품이 동시대인들에게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 혹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동시대미술은 올림픽 금은동처럼 순위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비엔날레 출품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작품의 출처가 유럽인지, 혹은 아시아 소수민족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작품이 소통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인지가 그 선정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고의 미술작품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주제나 형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늘날은 담론의 시대라고 말 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질 만한 담론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작품이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박성완 작가의 [식영정]

담양에서 작업 중인 박성완 작가의 [식영정]

남도미술이 오늘날 미술계의 주역이 되려면 남도미술의 기반이 되는 담론을 구축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도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확장하는 일이 필요하다. 관람객들에게 남도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도미술이 주인공이 되는 다양한 서사를 구축하는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 작업은 작가만의 작업이 아니라 작가, 전시 기획자, 비평가 등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질 수 있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남도미술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도문예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나 내년에 완공 예정인 도립미술관은 남도미술 서사를 구축하는 전시와 교류를 위한 명실상부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남도 문인화의 전통을 살리는 작업에서 출발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남도미술의 담론 확장의 튼튼한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형의 확장보다는 타 지역과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남도미술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시기획이 필요하다. 앞으로 개관할 도립미술관은 다양한 남도미술의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전시들을 개최해야 하고, 동시에 남도미술 담론 구축을 위한 학술행사와 작가 교류 행사를 중점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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