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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이 달의 작가

이존립 작가의 무위자연의 교훈

장경화(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초빙교수)
부제
'무위자연'의 교훈을 예술로 담다

그는 야심찬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200호 크기의 캔버스 12장을 이어 한 작품으로 12개월의 ‘정원’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24장을 이어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매일 7-8시간을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존립 작가의 무위자연의 교훈-대표 이미지
여수 돌산 작업실에서의 이존립 작가

인간은 자연과 함께 존재해 오면서 동. 서 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화두와 담론을 생산하여 왔었다.
중국의 주요 사상가 노자(B.C 6세기 초반)는 일체의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무위자연’으로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을 주장하였다.
즉, 자연과 더불어 자유스러운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자의 사상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인간은 스스로 이룩한 기계문명과 산업사회에 얽매어 자연을 해치고 인위적인 제도와 탐욕 속에서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노자의 녹색정신은 되새기는 교훈이 되고 있음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존립의 예술적 화두나 삶의 태도가 노자의 ‘무위자연’ 정신에서 출발되었다고 보인다.
유년기와 청년기 시절 시골에서 자그마한 동산과 눈부신 하늘과 구름, 풀 향기, 멱을 감고 고기 잡던 시냇가, 누이와 함께 나물 캐며 산딸기 따먹던 기억은 그의 삶과 예술의 깊은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한 연장에서 그는 현재, 여수 돌산에 둥지를 마련하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탐구를 하고 있다.
새소리와 아침 바다, 물안개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고 작품 앞에 선다.
그리고 먼 바다로 젖어가는 석양으로 하루를 접어가는 시점에 마무리한다.

이존립 작가의 기다림

그는 대체적으로 2000년을 기점으로 자연을 탐구하는 미학적 어법과 표현의 양식이 다른 양상으로 구분이 되고 있어 보인다.
2000년 이전까지는 ‘야상곡’ 시리즈로 거친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그 속에 인간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유·청년 시절 그의 뇌리 속에 담겨 있던 가꾸어져 있지 않은 거친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거친 붓놀림과 나이프로 캔버스를 긁어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다.
이 시기는 자연에 대한 관조적 경향을 드러내며 유·청년기의 추억을 더듬는 그의 유·청년기의 관념 속에 자연을 화면에 거침없이 채우면서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그는 칡넝쿨처럼 얽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심 즉 ‘인본주의’ 자연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2000년대 이후, 그는 자연을 바라보는 눈(aura)을 과거와는 양상을 달리하고 있음이 읽힌다.
과거의 자연은 정돈되지 않은 거친 자연이라면 이후 자연은 그가 꿈꾸어 왔던 현대적 개념의 인위적인 자연, 즉 인간과 자연이 보다 함께 어울려진 인간 주변의 수목이 정리 정돈 된 인간 삶이 보다 풍요로운 파라다이스 개념의 정원을 담아내고자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폭이 확장된 그의 자연관이나 세계관이 그러한 변화를 가지고 왔을 것이라 보인다.
이는 ‘21세기의 화두는 자연이다.’라는 전 지구촌의 과제에 자신의 예술적 형식을 찾아가고자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자연에서 쉬고 어울려진 인간의 삶을 ‘정원’이라는 정갈스럽고 다듬어진 주제로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결과물은 자연과 인간의 함께 어울려진 ‘자연과 인간의 합일치’를 보여주는 야생의 자연을 현대적 재해석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존립 작가의 정원-기억

최근 그의 작품에 또 다른 조형의 변화는 자연과 사람을 그리는 붓놀림 역시 완성도를 높이는 정리와 함께 화면에 여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만큼 그의 삶이 여유로워졌다는 점과 ‘무위자연’의 교훈을 미학적으로 완성시켜가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는 최근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재직했던 교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감하였다.
아마도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은 감추고도 싶었던 이력으로 작품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작품 활동은 당당함과 시간적 체력적으로 그를 더욱 여유롭고 자유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그는 야심찬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200호 크기의 캔버스 12장을 이어 한 작품으로 12개월의 ‘정원’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24장을 이어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매일 7-8시간을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대작은 자연과 숲, 그리고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확장과 더욱 자유로운 환경으로 그려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연 속에 인간의 이상적인 삶은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관념 속에 자연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자연으로 그 속에 어울려진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내고 자는 것일까?

이존립 작가의 작업실

이존립은 오늘도 그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노자의 ‘무위자연’의 화두를 과거 선인들의 수묵이 아닌 서양의 양식으로 미학적 탐구를 형상시켜가고 있다.
그리하여 현대인의 삶에 예술적 교훈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그의 작업실 모퉁이에 메모된 “나는 내 에너지를 단 한 가지 그림에만 집중한다. 그림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은 포기한다.”(피카소)의 말이 돋보인다.




이존립 작가 약력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교육대학원 졸업
44회의 개인전과 34회의 아트페어 및 300여 회의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 참여
제7차 교육과정 중등미술 교과서 작품 수록
전라남도 미술 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전남 청년작가 상, 전남 예술상 등 다수 수상
(사)한국미술협회 여수지부장,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역임
선과 색, 그룹 새벽, 중작파 회원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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