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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문화 비평

YACAF의 10개의 포즈 2편

신병은(시인)
부제

YACAF는 강창구. 정재종, 양수균, 이형모, 김상선, 김찬식, 이존립, 이미경, 정정복, 서국화 등 여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순수미술작가 열 명의 선후배 작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작품 임대사업 및 창작력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2013년에 탄생한 미술협동조합이다.

YACAF의 10개의 포즈 2편-대표 이미지
김찬식 <홍3 보름달>

#김찬식

..........감동을 기호화 하다

김찬식의 그림을 보면 수사의 진정한 의미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어떻게 이미지와 의미를 확장시켜가고 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번 작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과거에 담긴 현대의 함의, 혹은 문화적 진화의 유전자Gene에 의한 이미지의 변용과 의미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군자의 숨결, 연꽃과 호롱불, 꽃의 이미지, 창호 등의 외연적 오브제를 어떻게 무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시켜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군자를 비롯한 작은 꽃 한송이의 이미지와 의미를 어떻게 확장시켜가고 있는지 그의 작품 앞에 서 보면 그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아껴두었는지, 내성의 벽을 향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추상이미지로의 확장법으로 독자를 그림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착각이 들만큼 이미지의 확장이 넓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찬식의 그림에서 보이는 일상적이고 전통적인 오브제가 본능, 즉 밈의 근저가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확장시켜가는 기술은 예술적 지능일 것이다.

예술은 본능과 지능이 알맞게 만날 때 그 기대치가 커지는 것이다.

사군자의 숨결, 전통문살, 십장생, 연꽃호롱불, 개나리, 개망초, 가을꽃의 이미지, 동백꽃이미지, 창호, 겨울밤이야기, 기억풍경 등으로 시간속의 여행을 하는가 하면 구상과 추상이 오브랩되어 무한 상상의 공간으로 전이될 뿐만 아니라, 그 의미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예술가의 이야기는 감동을 기호화 하는 것이어야 한다.

김찬식은 오브제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구상과 추상으로 관계지우고 통찰함으로써 본래적 의미를 변용하고 이를 유추와 연상으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비움과 채움의 변용과 전이, 그리고 전통에 담긴 현대적 함의,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 곧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존립 <정원-봄>


#이존립

........... 세상을 착하게 보는 동심의 창

좋은 생각이 좋은 그림을 만든다.

착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착한 마음으로 그리면 착한 풍경이 된다.

그에겐 햇살 한 올 바람 한 올도 기분좋게 산란하는 동심적 렌즈가 하나 더 있다.

답답한 일상을 산뜻한 색으로 풀어놓은 그 위로 유년의 맑은 풍경을 실루엣으로 올려, 너무 멀리 떠나 온 존재의 처음을 챙겨주는 동심적 응시, 그것을 통해 세상과 맑게 소통하려는 것이 이존립의 화법이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론 절제되고 때로는 자유로운 붓의 리듬에 젖어든 이데아를 향한 그리움의 정원이다.

그것은 나무와 새, 꽃과 나비가 화가의 동심적 렌즈에 포착된 정감의 깊이다.

그 정감의 깊이를 비집고 우리의 소중한 기억을 찾아가는 낯익은 출발이고 나를 열어 너를 열어주는 그리움의 은둔이다.

그의 그림 속을 살그머니 들여다보면 여자, 소년, 꽃, 나무, 자전거, 새, 별, 강아지, 벤치, 교회, 의자, 사슴, 고양이, 말, 휴식, 동심, 포근함, 사랑, 평화, 자유, 맑음, 음악, 열림, 여백, 사색, 새벽, 밤하늘 등 때 묻지 않은 동심적 심상들이 신비롭고 자유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오브제들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녹색의 색채이미지를 바탕으로 긴장된 삶의 순간들을 한순간에 투명한 사랑과 자유의 상징이미지로 풀어주는가 하면, 자기 밖에 있는 세계와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여 생의 바닥에 안겨있는 삶의 원형적 무늬를 읽게 해 준다.

이것이 그의 조형법이자 화법이다.

참 좋다.

그림 속 저 여자처럼 나도 한번, 비워낸 자리마다 몇 개의 말줄임표를 달고 연초록 봄빛 플룻을 불면서 마침내 내 삶의 빛깔을 열고 싶다.

이미경 <처음 사랑>

#이미경

........그녀의 달은 붉다.

봄일까

벚꽃일까

하늘 하늘 떨어지는 모습이 참 흡사 꽃비가 내리는 심상으로 오브랩된다.

꽃이 피고 지듯이 때가 되면 차고 때가 되면 기우는 달의 원형심상 앞에 나도 마구 풀어져 내리고 싶다.

그것은 그녀의 달이 생성과 소멸, 재생과 회생을 되풀이하는 생명의 근원적 상징어법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달은 우리 예부터 우리 삶의 원점이면서 생활과 생명의 기복과 리듬을 상징하고 있다.

‘희뿌옇다, 어슴프레하다’는 달빛의 내포적 의미는 은은함과 부드러움, 포용하고 감싸주는 의미를 안고 있다.

그믐달은 시각적으로는 차갑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따스하고 포근하고 은근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 어울리게 하고 녹아들고 스며들게 한다.

대립각을 세우는 햇볕과는 달리 달빛은 어둠과도 잘 어울리고 공존한다.

이점에서 이미경의 회화가 갖는 의도가 분명해진다.

낯익은 소재를 단순화하고 자유로이 순환시켜 원형과 원형에서 파생되는 기호와 상징을 통해 하늘, 땅, 바다, 나무를 통합시키고 순리적으로 공존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달은 그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객관적 상관물로서의 그믐달이다.

세상의 풍상을 다 겪은 후에 자신을 비워 세상을 넉넉하게 안으면서, 가만가만하게 맑고 고운 빛으로 풀어내는 달, 흔히들 외롭고 고독한 달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달은 결코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다.

스스로를 풀어 나무의 잎이 되고 꽃이 되어주는 가슴 따스한 빛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화소로 등장하는 덩그렇게 놓인 의자 또한 그의 조형의도를 앉혀주는 시적 오브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의자마다 바람꽃이 핀다.

볼수록 정겹다

그녀의 그림 앞에 서면 참 포근해진다.

정정복 <꿈꾸는 나무>

# 정정복

............꿈꾸는 나무는 따뜻하고 행복하다.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응시, 무지개빛 꿈을 꾸는 나무는 나이면서 너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날마다 변신하는 삶을 향해 활짝 꿈을 펼쳐 놓는 그 나무는 사람을 닮은 나무다.

새의 보금자리는 물론 사람의 보금자리까지 되어주는 나무다.

그래서 그녀의 나무 앞에 서면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꿈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무지갯빛 동심원을 동그랗게 동그랗게 피우는 나무다.

해와 달도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꿈은 먼 곳에 있는 아득한 거리가 아니라, 손을 내밀면 손닿아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임을 알게 된다.

나무의 꿈은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아름다운 너와 나의 꿈이다.

상상 가득한 나무의 꿈은 때가 되면 늘 활짝 피어나는 삶에 대한 긍정이면서 믿음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함께 공존하는 나무의 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도 둥둥 피어올라 나무마다 온몸 가득 환하게 꿈의 꽃이 피어날 것 같아, 작품 앞에 은근히 발길을 두는 것이다.

바래지 않는 꿈, 그녀의 나무는 휴식과 위안, 희망과 용기를 주는 나무다.

사람 속에 나무가 살고, 나무속에 사람들이 사는, 자연과 사람과 꿈이 삼위일체가 되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화면 속, 날갯짓을 멈추지 않은 저 나무보다 더 행복한 꿈은 없다.

문득, 나의 꿈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되묻는다.

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잃어버린 꿈들을 챙겨 돌아오고 싶다.

서국화 <일월오봉도>

#서국화

..........민화의 현대적 변주,

민화는 궁중에서 서민들에 까지 조선사회의 전 계층에서 폭넓게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었지만, 주로 민중들이 생산하고 향유하던 예술이었다.

서민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민속적 회화라는 뜻으로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해 그려진 민중예술이었다.

비전문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인식과 함께 존중받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었다.

오늘날에 와서 민화에 대한 관심과 그 위상이 많이 달라져 재평가와 함께 서서히 세계적인 이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문화의 전통에서 민중의 애환과 해학이 깃들어 있는 민화를 빼고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구도, 원근 등 전통적인 화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민중의 진솔한 생활감정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오늘날에 와서 민화는 전통그대로의 조형법에 현대적 감성을 입힌 그림들이 변주된다.

그녀의 민화 역시 전통적 회화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녀의 해석과 감성에 의해 전통을 넘어 창작 모티프로 변주된다.

서국화의 민화 역시 전통의 의미있는 창조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소들은 삶의 근원, 고결함, 청정, 화복, 사랑 등, 부질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행복이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안내해주는데 손색이 없다.

그것이 민화의 화소들이 갖는 사회적 관계성이다.

전통을 바탕으로한 그녀의 낯선 변주는 시간의 순례와도 같다.

서국화의 변주는 민화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하되, 전통적 민화를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 탐색을 위한 화소를 첨가한다.

그녀의 일월오봉(日月五峯)은 비너스를 넣어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면서 삶의 원형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민화는 그녀로 하여금 전통과 현대라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민화가 갖는 인문학적인 의미를 되찾게 된다.

민화 속에 담긴 선조들의 인문학적 안목과 삶에 대한 지혜와 정신의 건강한 변주, 그래서 그녀의 그림 앞에 서면 마냥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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