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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이 달의 작가

순천만의 여백에 생명을 담다

장경화(조선대학교 초빙교수, 문학박사)
부제
자연주의 예술을 지향하는 화가

순천만의 여백에 생명을 담다-대표 이미지
장안순 작가 - 만에는

허정(虛丁) 장안순, 그는 전남 순천에서 출생하여 현재까지 고향의 자연과 더불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토박이 화가이다.

그의 예술적 토양은 고향으로 특히 순천만의 수려하고 웅장한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모든 예술가는 자기 예술에 있어 미학의 관점과 어법, 감정이입 등 예술적 토양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환경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자연주의 예술을 지향하는 화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허정은 순천이라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함께 고즈넉한 정서 속에 고교시절 서예와 회화를 동시에 입문하였다.

특히 서예수업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정승섭(전,원광대교수)에게서는 전통수묵을 고)민경갑(1933-2018/전,서울대교수)에게서는 수묵의 현대성을 집중적 교육을 받았다.

특히 고)민경갑은 수묵의 파격 미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양식적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작가적 태도와 지역화가로 활동에 한계를 극복하는 도움을 이끌어 주었기에 사제지간 끈끈함이 두껍게 남겨져 있다고 한다.

좋은 스승에게서 사사를 받은 그 결과는 제34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종합대상이라는 결과를 일구어 내었다고 본다.

물론 그가 오랜 시간동안 예술적 기량을 위한 노력은 얼마나 많은 수묵의 파지를 버리고 다시 그리는 반복의 고통을 감뇌했을까? ‘필’을 세운다는 수묵의 양식적 특성을 짐작케 한다.

장안순 작가 - 갈대 - 재즈

허정의 예술세계는 순천만의 갈대와 흑(백)두루미를 시와 사랑을 서정적이면서 은유적 예찬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詩中有畵 畵中有詩/시중유화 화중유시) 도가의 선사상에 근본을 두고자 한다.

그러나 서구적 영향을 많이 받은 현대도시 중심의 사회 정서로는 그의 예술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괘리로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하여 그는 예술의 정신과 철학은 전통적 사상에 근본을 두고 양식의 변화로 동양적 가치와 서양적 가치를 융.복합으로 현대예술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어 보여 진다.

그의 작품에 주된 배경은 순천만으로 이른 새벽, 안개가 있는 시간에 현장을 나가 사유를 즐긴다.

남도바다를 품고 고즈넉한 섬들과 주변 야산, 일출과 일몰이 안겨 주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 감동은 남도인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자 삶의 원천이다.

이렇게 그는 이 원천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반복해서 예술로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순천만을 더욱 감동적으로 가꾸어 주는 것은 갈대이다.

본디 갈대는 생물학적으로 환경을 정화시키고 미생물과 작은 동물의 보금자리로 생태계의 소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순천만의 갈대는 흐르는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마치 남해바다와 함께 대지가 춤을 추는 군무(群舞)의 감동을 주게 된다.

그는 갈대를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담는 것이 아니다.

그 갈대는 흐르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면서 그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삶에 관한 의미를... 그는 갈대를 대할 때마다 끊임없는 영혼을 교감한다.

그리고 안개가 드리워진 몽한적 일출시간과 석양의 그늘이 드리워진 갈대밭을 원경으로 담아내기도 하지만 갈대밭과 함께 몇 갈대꽃을 상징하여 자연과 사랑을 교감하는 은유로 나타난다.

갈대와 함께 그의 그림에 등장되는 흑(백)의 두루미가 있다.

두루미는 시배리아와 먼 여행하는 무명 장수와 사랑의 인연을 상징한다.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는 두루미는 갈대숲과 어울려 숭고함의 강조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두루미는 한 쌍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무리를 이루어 순천만을 비행한다.

두루미를 통한 그의 작품은 더욱 고결한 서정성을 강조시켜 순천만의 하늘에 꽃이 되고 시가 된다.

그리고 장지에 수묵을 기초를 하고 있지만 빨강과 파랑의 채색을 아낌없이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 두 가지의 색은 동양의 음과 양을 그리고 태극을 상징하고 있어 주체적 미학의 가치를 강조시켜 담아내면서 동시에 힘있는 수묵의 새로운 현대수묵의 장을 열어가고 자는 열정적인 작가적 태도가 돋보인다.

장안순 작가 - 붉은 갈대

이처럼 허정의 예술은 실경을 기초하되 이미지는 가려서 취하고 순천만의 새벽과 석양의 무거운 침묵을 포착해 간다.

작품의 형상성은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드러나며 여백이 존재한다.

여백에는 그의 정신이 내제되어 있는 듯, 없는 듯하여 순천만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살아있는 공간으로 읽혀진다.

안개가 깊은 몽한적 분위기의 순천만의 갈대 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끊어질 듯 이어져 춤을 추는 필의 움직임과 농묵과 담묵의 발색과 대담함, 그리고 절제된 형상 미는 가슴 저리게 하는 감동이다.

이는 자연과 은밀한 사랑이자 예찬 시이다.

이러한 결과는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인 순천만의 관찰을 통하여 관조하고 탐구하였으며, 수많은 수묵의 파지를 일으켜 세운 결과일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읽혀지듯 따뜻하고 겸손한 인품을 지닌 ‘허정’은 고향을 지키는 화가로 존중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고향을 벗어나 예술 활동의 폭을 확장시켜 고향을 원시적 시야로 관조하는 여유가 필요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앞으로 그의 활동에 기대를 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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