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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전시 리뷰

2019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더 적음과 더 많음의 해석학적 관점

신병은(시인)
부제

2019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더 적음과 더 많음의 해석학적 관점-대표 이미지
바우아데비, 인도 민화, Bird Tree, 캔버스에 아크릴, 38-28

올해로 9회째를 맞는 2019 여수국제 아트페스티벌(추진위원장 이존립)이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 D1~D4 전시홀과 엑스포 아트갤러리에서 ‘더 적음과 더 많음 More Less Much More’의 주제로 국내외에서 참여한 125명의 작가 256점의 작품이 본전시와 특별 전시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더 적음과 더 많음’은 그동안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은 낯설게 다가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해석학적 관점으로 풀어 재발견하고자 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미래’라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우르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적음과 더 많음’은 시간이면서 공간이 된다.

‘더 적음과 더 많음’이 품고 있는 공간과 시간은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를 성립시키는 기본 형식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선순환을 위한 가장 소중한 가치요소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전시감독인 경기대 박영택 교수는 올 여수국제 아트페스티벌의 주제 설정에 대해 ‘너무 적었던 관심이자 너무 많이 다루었던 자연이라는 소재를 기존의 상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재해석하려고 했다’면서 ‘모든 선입견과 편견이 지워진 지점에서 자연에 대한 개별 작가들의 다양한 반응, 해석과 조형화에 주목하면서 모든 관습적인 것에 저항하고자 한다’며 ‘미술의 항구적인 주제를 다시 복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도모’하는데 키워드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더 적었거나 더 많은 관계였다면서 ‘의미의 감옥 속에 굳게 닫힌 자연’을 해방시키려 한다.

그에 의하면 ‘이곳의 풍경이면서 또 이곳에 없는 풍경, 현실과 비현실, 시각과 비시각,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 위치하는 기이한 풍경’의 자연을 관념의 틀에서 탈출시키려한다.

쩌춘야 The green dog, 실크 스크린, 130-104

있는 그대로의 원형의 자연관을 밑자리로 하여 그동안 그렇다고 생각하고 보아온 것들을 이쯤에서 다시 한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자는 의미다.

그것이 창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파블로 피카소도 마르셀 뒤상도 그랬고 스티브잡스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려(different thinking)했다.

덜하거나 조금 더한 시점에서 상투적인 관점을 벗어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좀 더 쉬우면서도 낯설게 풀어내는 이번 아트 페스티벌을 접하면서 문득 노자의 무위無爲가 생각났다.

‘무위’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함이 없다’는 뜻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런데 노자는 또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결과는 ‘무불위無不爲’라고 해서 ‘하지 않음이 없다’ 혹은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고 역설한다.

무위無爲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고 도의 움직임에 자신의 행위를 순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세계를 보여지는 대로 보는 것 즉, 자연으로서의 인간, 인간으로서의 자연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하나의 생명체다.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온생명과 낱생명의 관계로 소통한다.

낱생명의 어느 하나라도 손상이 되면 온생명인 전체(세계 only one)는 결국 훼손되고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인간도 자연의 작은 일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은 본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으로 존재하게 된다.

존재적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두 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아트 페스티벌의 통찰이면서 통섭이다.

작가 조르조 모라디는 <스틸 라이프>라는 작품으로 그릇을 늘어놓는 백만 가지 방법을 고안하여 물체 하나를 더하거나 빼거나 옮김으로써 이 소우주의 중심은 우지끈 요동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은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노자의 ‘무위’는 인간성의 상실로 인하여 병들고 고통 받는 인간을 치료하는 적절한 치료책이 된다.

즉, 복잡하고 피곤한 욕망과 유혹에서 벗어나 몸과 정신이 안정을 갖게 하는 자연이다.

노자의 꿈처럼 인간의 주관성을 완전히 탈피해 자연의 객관성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게된다.

‘가치’의 세계와 결별하고, 자연이라고 하는 ‘사실’의 세계에서 인간질서의 근거를 발견하고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질서로 만들고자 한다.

이번 아트페스티벌의 주제인 ‘더 적음과 더 많음’도 이점에서 관계지울 수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라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함수이면서 ‘낯설다’와 ‘익숙하다’의 경계가 보이는 세상 읽기, ‘더하다와 덜하다’의 경계가 보이는 세상읽기다.

즉 ‘더 적음과 더 많음’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창이다.

작가와 작가, 세계와 세계, 작가와 독자, 너와 내가 만나서 ‘채움과 비움’ ‘더하기와 빼기’ ‘맺힘과 풀림’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하는 감성의 영역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속도와 효율의 프레임에서 이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마음껏 융합되는 창조의 프레임으로 안내해 준다.

장샤오강, 만각과 기억, 캔버스에 유채, 120-150

2019 여수국제 아트페스티벌 이존립 추진위원장은 예술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만나는 통섭이기에 이번 페스티벌 또한 이러한 통섭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재정립하고 작가와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소통법을 제안했다고 한다.

모든 예술의 매력은 관점의 자유로운 이동과 소통에 있다.

그래서 작품마다 담긴 작가들의 수많은 메시지를 긁어내는 재미는 즐거운 소통일 수밖에 없다.

기교적인 완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 독자의 안목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을 열어놓는 초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아라이 케이(일본), 감나무, 종이에 먹, 30-91

이전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10개국 52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본전시와 지역작가 73명의 100호전인 특별전으로 나누어 회화, 사진, 영상과 설치, 판화와 드로잉 작업 약 256점이 전시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중국의 쟝샤오강과 쩌춘야의 ‘망각과 기억-전구와 책’과 ‘The green dog’가 있으며, 홍익대 김대수교수의 ‘Dream’, 서울대 김춘수교수의 ‘UL TRA-MARINE1712’, 정재철작가의 영상오브제 ‘해양쓰레기작업’도 눈길을 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작가들이 동참한 100호 특별전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케일도 그렇지만 한날 한시에 한 공간에서 통섭하는 만남이 무엇보다 뜻깊다.

이번 특별전이 갖는 의미는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개최의 ‘더 적음과 더 많음’의 주제의 중심에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칫 매너리즘에 안주할 수 있는 지역작가들에게 ‘같으면서 다른’ ‘몸 전체가 눈’인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더다이즘이다.

작가도 독자도 더 자신을 성찰하고 다 함께 행복한 참여가 있는 페스티벌이다.

인간, 자연, 초현실의 세계, 역사적 사건, 개인적사건, 기쁨, 슬픔, 희망과 공포, 평화와 갈등이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 이야기일 뿐, 진정한 그림읽기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고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통념을 깨트리고 조형재료의 혁신성으로 상식과 편견을 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과 삶에 대한 성찰을 밑자리로 하여 인간과 자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성찰하는 시간과 공간 여행인 2019 여수국제 아트페스티벌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새로운 소통법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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