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New face / 청년 작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작가 3인의 색다른 내면 이야기

3인 젊은 작가 좌담(장민한)
부제
김연호, 오성현, 조주희 작가와 공동 인터뷰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오늘날의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를 찾아가고 있다. 김연호 작가는 불안을 벗어나서 위안을 얻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오성현 작가는 그 불안을 분석하여 개인마다 다른 색깔로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 조주희 작가는 그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동물과 한자의 기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세 작가가 자신들이 천착하는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심화시켜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작가 3인의 색다른 내면 이야기 -대표 이미지
김연호_Healing In My World_116.8cm x 91.0cm_Oil on canvas_2018

2019년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 시행하는 청년예술가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 3명과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연호, 오성현, 조주희 세 작가이다. 이들은 우리 지역에서 동시대 미술작가로 성공해보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자신만의 색깔을 착실히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28살 동갑내기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부터 미술을 시작하여 미술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공부까지 10년 안팎을 오로지 미술작업에만 매진한 작가들이다. 대한민국에서 미술작가로서 살아보려는 세 명의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꿈과 예술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날은 일상 사물부터 산업 폐기물까지 예전 같으면 미술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대상들이 미술작품이라고 인정받는 시대이다. 오늘날은 미적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출하는지가 중요하다. 동시대 작가들은 자신의 주제를 감상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출판사 편집자처럼 자신의 콘텐츠에 고민해야 한다. 본인이 소통하고 싶은 주제가 감상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다른 작가와 비교하여 경쟁력 있게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조주희_마음짓다_486.6x130.3cm_ Acrylic on canvas_ 2018

<사회자> (앞으로 ‘<사>’로 약칭) “작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습니까? 왜 그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따로 있습니까?”

<김연호 작가> (앞으로 ‘<김>’으로 약칭) “저는 미술대학 졸업 후 내면의 불안을 치유할 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만성 불안증에 시달렸어요. 저는 불안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주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공원 벤치에 앉았는데 그때 본 푸른 잔디, 가로등, 그리고 풀벌레 소리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과 위로를 저에게 주었어요. 그때부터 저에게 위안을 주었던 사소한 대상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차츰차츰 만성 불안증도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사> “어떤 풍경을 어떤 방식으로 그리게 되었나요?”

<김> “저는 저 자신에게 평온을 주었던 특별한 장소와 소재들을 캔버스 위에 재배치함으로써 저만의 초현실적인 세계를 창조해내고 싶었어요. 예컨대 여름 풍경에 겨울의 상징인 눈을 오버랩 시켜 포근한 느낌을 만들거나 가로등, 수풀, 연꽃, 집 등 위안을 줄 수 있는 소재들을 모아 하나의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었어요.”

<김> “현대사회를 살면서 불안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이 감정이 우리 마음 한 컨의 그늘 진 곳에 있다가 어느 순간, 시시때때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요. 풀벌레 소리, 분홍 연꽃, 노란 가로등 불 빛 등이 아름답게 놓여 있는 저만의 섬으로 들어가서 삶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어요. 저는 저의 작업을 통해 제가 느낀 평온의 감정과 경이로움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저처럼 관객들도 자신들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않을까요?”

조주희_경계 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8

김연호 작가의 그림은 언뜻 보면 단순히 아름답게 그린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여느 풍경화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그는 파스텔톤의 노랑, 연두, 분홍색을 칠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나타내면서도, 채도 높은 초록, 파랑색을 병치하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풀, 가로등, 집 등 이미지를 3차원의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2차원 평면 형태로 병렬 배치하고, 그 대상의 윤곽선을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써 그 이미지가 작가가 바라본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작가가 원하는 이미지들로 공간을 연출한 것이라는 점을 관람객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김연호 작가는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면서도 잎사귀, 가로등, 창문, 집 등을 생기 있게 묘사함으로써 그 대상들을 사랑스럽게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 대상에서 받았던 위안과 안정감을 관객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사> “오성현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까?”

<오성현 작가>(앞으로 ‘<오>’로 약칭) “현재 저는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를 마음속에 가상공간으로 설정하고, 그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다 현대인들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다양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내면의 모습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경우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무언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어두운 느낌을 가질 수 있고, 공허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상징적 혹은 비유적으로 그려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볼 예정입니까?”

<오> “이번 재단 지원 전시를 통해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내면을 그리는 작업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표현 방법들을 조금씩 다듬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그 동안 해왔던 판화 작업에 좀 더 집중할 예정입니다. 판화작업을 통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오성현-내면-자아 01_acrylic on canvas_ 91x116.8cm_2019

오성현 작가는 동시대인들이 지닌 각기 다른 감정을 화면에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같은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마다 그가 처한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세상을 느끼고 살고 있다. 오 작가는 이 감정을 동물의 형상을 이용해서, 혹은 신체 분할을 통해서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강한 색채 대비와 윤곽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각기 다른 내면의 다양한 정체성을 규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 “조주희 작가는 호랑이를 사진처럼 정확하게 그려서 화면에 배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주희 작가>(앞으로 ‘<조>’로 약칭) “호랑이의 이미지는 병마나 사귀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온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제 작품에 나타난 호랑이는 한 곳을 응시하며 좋은 일이나 귀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이러한 상징성이 담긴 호랑이의 이미지에 한자의 기운을 결합시켜서 제가 주장하려는 주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안의 한자나 한 획을 그려넣어서 그 공한이 무한한 공간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한자가 주는 상징성과 기운을 통해 제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강화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 “그러면 한자와 이미지를 어떻게 한 화면에 표현해내나요?”

<조> “저의 작업은 상형문자인 한자와 회화적인 이미지를 함께 배치합니다. 그린다는 것은 하나의 물리적인 흔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캔버스 안에 하나의 공간을 더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 안에 동양 사상과 호랑이의 상징성을 담아 저의 바람들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오성현-내면-자아 03_acrylic on canvas_ 116.8x91cm_ 2019

조주희 작가는 가느다란 붓으로 호랑이를 사진처럼 정밀하게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호랑이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호랑이의 기운 자체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서 한자나 한자의 한 획을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한자의 기운과 상징성을 동시에 생생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미지를 통해 복을 기원하는 일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새와 짐승 등 자연 속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그려서 인간의 소망을 비는 ‘영모화’ 라는 장르가 있었다. 조 작가는 세밀한 붓질과 이미지 화려한 구성을 통해 영모화의 전통을 새롭게 살리고 있다. 그의 세밀한 붓 작업과 색채 대비 효과는 화면에 집중하게 만들고, 이것을 통해 그 이미지의 상징적 의미를 강화시키고 있다.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오늘날의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를 찾아가고 있다. 김연호 작가는 불안을 벗어나서 위안을 얻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오성현 작가는 그 불안을 분석하여 개인마다 다른 색깔로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 조주희 작가는 그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동물과 한자의 기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세 작가가 자신들이 천착하는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심화시켜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공유하기

빠른 메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