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을수록
빛나는,
투박한 물고기처럼
사는 삶
김락겸 작가의 도예작품은 투박할 뿐만 아니라 소박한 맛이 느껴진다. 맛으로 치자면 구수한 된장국이나 군둥내 나는 묵은지 등 무언가 오래되고 그만큼 친숙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 Dream 1 " 이라는 작품은 물고기가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형상이다. 또한 라쿠소성 특유의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형상과 색채가 날 것 그대로의, 그러면서도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역사시대 이전부터 물고기는 암각화나 벽화 등을 통해 빈번하게 등장한 소재이다. 물고기는 한번 알을 낳을 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낳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에서는 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의 습성에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물고기처럼 언제나 깨어있으라는 의미로 수행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으로 고대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이크티스(ἸΧΘΥΣ)’로 부르는 데, 박해가 심했던 초기 기독교 시대에서는 이 말이 암호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크티스’는 ‘예수(이에수스 Ἰησοῦς)’, ‘그리스도(크리스토스 (Χριστός)’, ‘하나님의(테우 Θεοῦ)’, ‘아들(휘오스 Yἱός)’, ‘구원자(소테르 (Σωτήρ)’, 즉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의 앞글자만 딴 것과 같았던 것이다.
어쨌든 김락겸 작가의 작업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우리의 정서를 건드린다. <평안>이라는 작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물고기는 새 대신에 가마니 짤 때 쓰는 고두레 위에서 솟대 역할을 함으로써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도약>에서 보이는 푸른 청마는 작품의 제목에서 이미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짐작하도록 한다. 작품 속에서 올곧게 서 있는 청마는 마치 관람객에게 말의 힘차고 굿센 기상처럼 멈칫거리거나 우물쭈물하지 말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뛰어오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가장 오래된 불과 흙의 예술을 통해 자상한 부모님이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이어져 온 여러 가치들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에게 그렇게 바쁘게 살지만 말고 차 한잔 나누면서 사는 이야기나 해보자고 권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은 투박하지만 소박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