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양자의 대비를 통한
현대적 조형언어 탐색가
이지호의 작품 <여보세요!>를 보면 양자의 대비를 통한 메시지의 강조가 엿보인다. 인간과 자연, 산과 바다, 암수 두 마리의 새와 한 명의 여인, 붉은색 계열과 초록색 계열, 문명과 문명 이전, 전통과 현대, 자연주의와 추상 등이 그러하다. 그의 이 뚜렷한 한쌍의 대비는 극적인 효과를 산출한다. 또한 그의 화폭에는 모든 형태들이 뚜렷한 윤곽선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윤곽선은 필자가 보기에 그와 같은 극적인 효과를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여보세요!>뿐만 아니라 다른 그림들에서도 이 모든 것들의 온전한 융합과 조화로운 세상의 새로운 생성을 염원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여보세요!>에서는 암수 한쌍의 새와 화의(華衣)를 입은 여인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여기서 나타나는 다정한 모습의 한쌍의 새는 앞으로 부화할 새끼를 기다리는 모습을 상징하며, 화의를 입은 여인의 모습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의 <봄의 알레고리>에서처럼, 봄의 여신 플로라를, 여인의 손에 든 휴대폰은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즉 이지호의 작품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하나의 세상에서 조화롭게 융합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은 전통 수묵화에서 강조했던 시서화의 일치를, 그리고 서양에서의 ‘시는 그림처럼(ut pictura poesis), 그림은 시처럼’을 떠올리게 하며 그런 면에서 전통을 계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가 표현하는 방식은 현대적인 것으로서 이런 면에서 그는 현대 작가다. 한 마디로 그는 전통을 계승하되 현대적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작가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