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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전시 리뷰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개관전

조인호(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부제
도시리듬과 예술적 행동

올해 9월 ‘해동문화예술촌’이 공식개관을 하기에 앞서 사전 맛보기와 분위기를 달구기 위한 국제미술전을 열고 있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개관전-대표 이미지
해동주조장

가동을 멈춘 산업시설이나 험한 꼴로 방치되어 있는 폐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깜짝 변신시키는 사업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담양 읍내 옛 해동주조장이 신생 ‘해동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되었다.
1950년대 말부터 막걸리와 소주를 빚던 주조장이 경영난으로 2010년 문을 닫은 뒤 비어있던 것을 담양군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여 2016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되어 온 곳이다.
그동안 담양군의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따른 ‘해동문화학교’(2017년), ‘해동문화울림’(2018) 등의 문화 이벤트에 많은 수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었고 공간에 대한 흥미들도 높아져 있었다.
그런 관심과 기대를 고조시키며 올해 9월 ‘해동문화예술촌’이 공식 개관을 하기에 앞서 사전 맛보기와 분위기를 달구기 위한 국제미술전을 열고 있는 것이다.
6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인 이 전시는 양초롱 예술총감독의 기획으로 국내외 23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크고 작은 건물들의 내부와 벽면, 야외에 설치되었다.
대부분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청년·중견작가들의 작품들이면서 프랑스 작가 3인이 함께 참여해서 회화와 입체, 설치, 영상, 그래피티 벽화 등을 꾸며놓았다.

김설아의 사자의 은유

4개의 소주제 중 1섹션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끝; 시간, 속도, 리듬’이다.
김현돈은 창고 어둠 속 별 무리와 함께 환영처럼 떠 있는 막걸리통의 몽환적 분위기 공간에서 잠시 문명의 속도와 공생에 대한 사색을 권하고, 왕방울만 한 눈알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염주처럼 엮어 생과 사의 경계에서 곰팡이처럼 번져오는 사자의 은유를 성찰하는 김설아, 자신보다 수십수백 배 더 큰 세상덩이 현실 삶에서 균형잡기 위해 애쓰는 임현채, 오래된 역사 공간이나 삶의 퇴적인 사진들을 건물 모양 쿠션에 전사시켜 군집을 이뤄놓은 안희정, 해동주조장·담양의원 등 담양의 쇠락한 공간들의 자취를 다큐사진처럼 모아낸 임춘교 등의 작품들이다.

최요한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2섹션 ‘자연과 환경, 탐욕과 물욕의 불야성’에서는 투명하게 안팎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창 공간에 숲의 이미지와 씨앗 키트가 담긴 비닐봉지들을 벽면 가득 붙여두어 각자의 휴식 방법을 답하는 설문지 작성과 바꿔가도록 한 김자이
써늘한 흑백부터 끔찍하고 선정적인 원색의 사진들까지 전시실 세면을 가득 채워 세상사 인류 역사의 탐욕과 살육과 상처와 나고 죽음을 거대 서사처럼 엮어 색즉시공 공즉시색 화두를 펼쳐놓은 최요안
쏟아지는 폭포수를 견디며 역사의 주체로 건재해 온 세상 사람들의 존재와 더불어 그들 역사의 물길을 달빛 아래 어른거리는 푸른 역사로 그려낸 송필용의 작품이 이어진다.
3섹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는 정교한 바느질과 사실 묘사의 소프트 조각들로 아련한 서정과 실재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재문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도시 속 삶의 공간과 골목길 풍경들을 기록하듯 묘사한 노여운
천정이 닿을 듯 큰 키의 개머리를 한 인간 형상으로 동물적 육신의 현대인을 풍자한 심은석
꿈과 욕망이 기이한 상상의 세계로 펼쳐지는 하이브리드 사피언스 연작의는 강동호
욕망을 화두로 한 거친 연작 대신 담담히 자신을 반추해보는 수채 드로잉 소품들의 김성결 등이 참여하였다.
주로 옥외공간을 이용한 4섹션 ‘도시 미술, 경계 너머’에서는 시공간과 문화예술의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벽화작업들이 많다.
예술촌 문 옆의 길다란 벽면에 동심의 세계를 순발력 있는 그리피티 묘법으로 펼쳐놓은 제이스, 넓은 창고 벽의 구조들에 맞춰 트로이의 목마를 연상시키는 아이들의 놀이 모습을 꾸며놓은 세스, 창고 처마 끝 빗물을 받고 있는 듯한 소녀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구헌주, 그리고 오프닝 퍼포먼스로 세스와 허달용이 즉석에서 그려놓은 ‘한국 vs 프랑스’의 새와 교감 대화하는 모습의 소년과 새 그림도 상상력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시와 더불어 참여 작가들과 함께 하는 아트토크,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상상나래 교육 체험 프로그램, 매주 금요일 밤의 미술이 담긴 영화 감상과 함께 차담을 나누는 브런치 모임 등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되어 있다.
또한 원래 주조장이었던 이 공간의 DNA를 살려 해동주조장의 역사와 국내외 여러 종류의 술, 발효주의 이해, 예술과 술 등으로 꾸며진 아카이브, 시음장, 체험학습장들도 갖춰져 있어 볼거리, 참여꺼리 등이 다채롭다.
기획팀이 계획하고 있는 도시 예술과 실험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복합공간, 미래세대 위한 특화된 예술교육 체험장, 전시, 담론, 교육 일원화로 예술의 잠재적 역량 강화, 신진 예술가 및 기획자 발굴 등 잠재적 인재 배출, 국제 레지던시, 담양 고유문화에 기반한 예술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것들이다.
양초롱 총감독은 “예술, 교육, 담론의 일원화를 추구하고, 예술이 물리적인 전시장에만 있는 ‘작품’으로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동하고 여행하고 삶의 곳곳에 살아 있는 것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예술’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예술촌 단지 내에 포함된 창고 10개동, 마당의 우물‧펌프 등과 함께 호젓이 남아있는 안채, 정문 앞 소슬대문의 한옥고택 등 주택 4동, 바로 옆 옛 교회당 공간들을 실효성 있게 활용해 나갈 계획과 실행력, 운영체제 등이 초기에 잘 다듬어야 할 과제이다.
도시재생이나 폐산업시설 활성화는 시설의 재단장뿐만 아니라 지역민이나 방문객들이 자주 드나들게 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 프로그램들에서 비롯된다.
전시의 효과적인 운영과 안내, 시설과 사업에 대한 다각도의 홍보가 갓 출범하는 공간에 모아지는 관심과 기대들을 향후 동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프레 오프닝 같은 지금 초기 단계 시범운영과 시행착오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해서 내실을 다지고, 앞서 자리를 잡은 죽녹원 이이남아트센터나 대담아트센터, 담빛예술창고, 메타프로방스, 가까운 광주의 여러 국제적 기관이나 행사 등과 연계한 특화된 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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